가죽이라는 제품을 통해 당신의 하나뿐인 이야기가 기록되길 바라요.
커리어 웰니스 인터뷰 | 홍유경
제주에서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커리어 웰니스 인터뷰,
세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가죽 브랜드 '레코드'의 대표 유경님입니다.
가죽 제품을 좋아하시나요?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시간이 좋아 가죽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유경님은 가죽 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런 발견이 이야기를 기록하는 가죽 제품 브랜드인 레코드를 만들게 된 시작이라고 해요. 레코드와 함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유경님의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 홍유경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라이프스타일 가죽 브랜드 ‘LECORD’를 운영하는 홍유경입니다. 다양한 제주의 이야기를 저희만의 감각과 시선으로 풀어내어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오래도록 기록하는 제주의 시간’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유의미한 무형의 시간을 유형의 가죽으로 새기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창업을 하기까지 다양한 도전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지금의 가죽 브랜드 ‘LECORD’를 탄생하게 되었나요?
20 대 초반에 처음 카페를 창업하면서 제 창업의 역사가 시작됐어요. 대학교 생활과 병행하면서 2년 동안 카페를 운영했죠. 그땐 모든 것이 다 처음이다 보니 주변의 말에 의해서 많은 것들을 결정하게 되었죠. 그래서 때론 아쉬웠던 선택도 하곤 했어요. 그 경험 덕분인지 지금은 나의 선택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의 말을 참고해 결정을 해요. 그래야 후회도 없고 내 결정에 더 책임을 지게 되는 것 같아요. 2년 동안의 카페 창업을 마무리한 후, 학교 생활에 집중을 했어요. 산업디자인학과를 전공했지만 컴퓨터 화면 속에서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공예 디자인을 더욱 좋아하는 저를 발견했죠.
ⓒ 홍유경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가죽 공예를 제주에서 2년, 서울에서 2년 배우게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가죽 공예로 만든 제품을 가지고 플리마켓을 나가게 되었는데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서 업으로 삼아보고자 많은 노력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대학교 졸업 전시를 하고, 더불어 제주 대학교 창업 동아리 링크 사업단을 통해 상을 받기도 했어요.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하던 도중에 더큰 내일센터라는 창업교육센터를 만나 체계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말의 고향인 제주에서 자연스럽게 말가죽이라는 아이템을 접하게 되었고, 문제 정의부터 끝없는 도전-해결의 사이클을 돌며 ‘유니콘 레이어’를 시작으로 현재의 ‘LECORD’가 탄생하게 되었죠.
말가죽을 모티브로 가죽 브랜드를 만드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제주에서 취미로 가죽 공예를 하다가 조금 더 심층적으로 배우고 싶어 서울로 올라갔어요. 새로운 가죽 공방에서 양가죽, 악어가죽 등 다양한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다가 ‘코도반’이라는 말가죽을 만나게 되었죠. 일본, 이태리에서는 없어서 못 구하는 최상급 프리미엄 가죽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만져본 ‘코도반’의 번쩍이는 광택이나 질감이 굉장히 맘에 들었어요. 확실히 다른 가죽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 홍유경
그때부터 말가죽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어요. 제가 태어난 고향이 제주이다 보니 제주의 말가죽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탁상공론으로는 구체적으로 조사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현장을 뛰어다니기 시작했어요. 제주 말가죽이 지닌 엄청난 가치에 비해 쓰임새가 크게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심지어 버려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제주 말가죽의 가치를 재창출하는 사회적 비즈니스 모델로 가죽 브랜드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의 흔적들을 기록하다’라는 의미가 담긴 ‘LECORD’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요. LECORD(레코드)라는 브랜드명을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공방을 다니면서 가죽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어요. 천연 가죽 제품은 다른 소재에 비해 오래 쓸 수 있어서 그런지 제품과 관련된 본인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사소하고도 깊은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가 만든 제품에도 누군가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죠. 그래서 가죽을 뜻하는 ‘Leather’와 기록을 뜻하는 ‘Record’를 합쳐 레코드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가죽이라는 제품을 통해 당신의 하나뿐인 이야기가 기록되길 바라면서요.
ⓒ 홍유경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유경님이 생각하는 핸드메이드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 공정을 손으로 한 땀씩 제작할 때에 얻는 감정은 ‘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제품을 만들 때에 지니는 마음가짐이 제품 완성도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더라고요. 또한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서 작은 부속품이나 세부 마감과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작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커스터마이징 제작 주문이 들어오면 고객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요. 평소 생활 습관부터 좋아하는 컬러, 질감 등 개인이 선호하는 취향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요. 제작 방식에 있어서 맞춤 제작은 까다롭지만 받은 고객님이 선물을 받은 듯 좋아해 주시고 정성이 가득 담긴 문자를 보내주실 때 행복감을 느껴요. 또 고객님의 지인 분이 저희 브랜드 이야기를 들으시고 추가로 주문을 주실 때 뿌듯하더라고요. 자신의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을 추천한다는 것은 제가 만든 제품이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느껴져서 감사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걸리고 힘이 좀 들더라도 핸드메이드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 것 같아요.
‘LECORD’가 제작한 제주 4.3 인센스 홀더를 보면서 주제를 면밀히 탐구해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어요. 제품들을 제작할 때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나요?
내가 일상 속에서 경험한 특별하고 특별하지 않은 모든 것들과 주변 분들과의 깊은 대화가 주 영감이 되어 제품에 투영되는 것 같아요. 텀블벅 펀딩으로 진행한 제주 4.3 인센스 홀더를 만들 때, 제주 4.3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함께 펀딩을 진행한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주 4.3에 관련된 분들을 잊지 않고 기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방향성을 찾게 되었고, 제주 4.3 평화 공원을 방문해 둘러보다가 많은 구조물들 중에 향로가 순간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기념일이 아닌 일상에서도 기리는 마음을 이을 수 없을까란 생각을 기반으로 인센스 홀더라는 매개체를 찾게 됐어요. 제가 직접 현장에서 육감으로 경험하고 관련된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들이 바탕이 되어 제품 기획의 단초가 되는 것 같아요.
ⓒ 홍유경
텀블벅 프로젝트와 다양한 가죽 공예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LECORD’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LECORD’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자 하시나요?
제가 하고 싶은 유무형의 이야기를 가죽에 담아 표현하고자 해요. 제주 4.3 인센스 홀더는 도민으로서 4.3의 이야기를 제주 말가죽 제품으로 기록하고자 한 프로젝트였죠. 요즘은 ‘행운’이라는 단어를 말가죽 제품에 담아 이야기하고자 해요. 제주 말가죽은 예로부터 행운을 불러오고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저희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행운 부적’이라는 의미와 함께 지친 현대인들에게 애착 인형처럼 힘을 주는 제품으로 레코드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어요.
ⓒ 홍유경
커리어 웰니스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고 모티베이션을 주는 웰니스의 한 영역이에요. 유경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많은 의미가 있지만, 최근의 저에게 일이란 단순하게 나의 생각과 현재의 모습이 담기는 것이에요.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제가 안정되고 행복해야지 더 좋은 작업물이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1인 브랜드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번아웃이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작업물은 주로 어두운 컬러의 가죽으로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그때 과거에 취미로 가죽 공예를 배우던 제가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작업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잠을 못 이루곤 했었거든요. 색다른 취미 생활을 겸하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다시 초심을 상기시키게 되었어요. 저의 색이 온전히 투영되는 작업물을 진행할 때에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고자 해요. 그것이 오랫동안 제가 이 일을 사랑하고 지녀갈 수 있는 원동력이니깐요.
ⓒ 홍유경
건강하게 일을 하기 위해선 틈틈이 나다운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나의 일상을 채워주는 유경님만의 루틴이나 가장 좋아하는 휴식법이 궁금해요.
저의 일상을 채워주는 최고의 휴식법은 산책이에요. 한발씩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거친 밤공기가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또 계속 걷다 보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 같던 생각도 어느샌가 정리가 돼있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뇌가 멈춘다는 생각이 들면 산책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최근에 좋아하는 산책길은 탑동인데,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30분 정도 걷고 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피곤했던 하루가 노곤하게 잠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앞으로는 등산을 하며 제주의 오름을 하나씩 정복해 보려고요.
ⓒ 홍유경
2023년은 유경님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난 해였죠. 다양한 변화를 경험한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유경님만의 꿈(비전)이 궁금해요.
2023년은 제 인생에서 많은 변화가 있던 해였어요. 대학 졸업을 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창업을 하다 보니 충분히 쉬거나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었어요. 그래서 항상 쉼이 찾아올 때 하고 싶던 것들을 버킷리스트에 적어두곤 했는데, 이번에 그중 하나인 미국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다양한 지역을 다니면서 여러 인종과 그들의 문화를 만나보니 세상은 정말 넓고 내가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죽 공예 외에도 N잡을 꿈꾸게 된 기점이 되었어요. 현재는 여러 N잡을 위해 초석들을 다지고 있고 새로운 꿈들도 생겼어요. 앞으로 저의 비전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 더 큰 그릇을 가진 내가 되자’에요.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그 당연한 것을 현실로 직면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주의 가치를 알리는 천연 가죽 브랜드 레코드로 색다르고 재밌는 도전을 시도하면서 저만의, 그리고 우리의 세계를 더 넓혀가고 싶어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내 안의 나다움을 차곡 차곡 쌓아가는 유경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순간을 기록하고 함께 기억을 만들어가는 유경님만의 이야기가 담긴 앞으로의 레코드를 응원해요.
가죽이라는 제품을 통해 당신의 하나뿐인 이야기가 기록되길 바라요.
커리어 웰니스 인터뷰 | 홍유경
가죽 제품을 좋아하시나요?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시간이 좋아 가죽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유경님은 가죽 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런 발견이 이야기를 기록하는 가죽 제품 브랜드인 레코드를 만들게 된 시작이라고 해요. 레코드와 함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유경님의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 홍유경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라이프스타일 가죽 브랜드 ‘LECORD’를 운영하는 홍유경입니다. 다양한 제주의 이야기를 저희만의 감각과 시선으로 풀어내어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오래도록 기록하는 제주의 시간’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유의미한 무형의 시간을 유형의 가죽으로 새기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창업을 하기까지 다양한 도전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지금의 가죽 브랜드 ‘LECORD’를 탄생하게 되었나요?
20 대 초반에 처음 카페를 창업하면서 제 창업의 역사가 시작됐어요. 대학교 생활과 병행하면서 2년 동안 카페를 운영했죠. 그땐 모든 것이 다 처음이다 보니 주변의 말에 의해서 많은 것들을 결정하게 되었죠. 그래서 때론 아쉬웠던 선택도 하곤 했어요. 그 경험 덕분인지 지금은 나의 선택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의 말을 참고해 결정을 해요. 그래야 후회도 없고 내 결정에 더 책임을 지게 되는 것 같아요. 2년 동안의 카페 창업을 마무리한 후, 학교 생활에 집중을 했어요. 산업디자인학과를 전공했지만 컴퓨터 화면 속에서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공예 디자인을 더욱 좋아하는 저를 발견했죠.
ⓒ 홍유경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가죽 공예를 제주에서 2년, 서울에서 2년 배우게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가죽 공예로 만든 제품을 가지고 플리마켓을 나가게 되었는데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서 업으로 삼아보고자 많은 노력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대학교 졸업 전시를 하고, 더불어 제주 대학교 창업 동아리 링크 사업단을 통해 상을 받기도 했어요.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하던 도중에 더큰 내일센터라는 창업교육센터를 만나 체계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말의 고향인 제주에서 자연스럽게 말가죽이라는 아이템을 접하게 되었고, 문제 정의부터 끝없는 도전-해결의 사이클을 돌며 ‘유니콘 레이어’를 시작으로 현재의 ‘LECORD’가 탄생하게 되었죠.
말가죽을 모티브로 가죽 브랜드를 만드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제주에서 취미로 가죽 공예를 하다가 조금 더 심층적으로 배우고 싶어 서울로 올라갔어요. 새로운 가죽 공방에서 양가죽, 악어가죽 등 다양한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다가 ‘코도반’이라는 말가죽을 만나게 되었죠. 일본, 이태리에서는 없어서 못 구하는 최상급 프리미엄 가죽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만져본 ‘코도반’의 번쩍이는 광택이나 질감이 굉장히 맘에 들었어요. 확실히 다른 가죽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 홍유경
그때부터 말가죽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어요. 제가 태어난 고향이 제주이다 보니 제주의 말가죽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탁상공론으로는 구체적으로 조사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현장을 뛰어다니기 시작했어요. 제주 말가죽이 지닌 엄청난 가치에 비해 쓰임새가 크게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심지어 버려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제주 말가죽의 가치를 재창출하는 사회적 비즈니스 모델로 가죽 브랜드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의 흔적들을 기록하다’라는 의미가 담긴 ‘LECORD’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요. LECORD(레코드)라는 브랜드명을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공방을 다니면서 가죽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어요. 천연 가죽 제품은 다른 소재에 비해 오래 쓸 수 있어서 그런지 제품과 관련된 본인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사소하고도 깊은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가 만든 제품에도 누군가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죠. 그래서 가죽을 뜻하는 ‘Leather’와 기록을 뜻하는 ‘Record’를 합쳐 레코드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가죽이라는 제품을 통해 당신의 하나뿐인 이야기가 기록되길 바라면서요.
ⓒ 홍유경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유경님이 생각하는 핸드메이드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 공정을 손으로 한 땀씩 제작할 때에 얻는 감정은 ‘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제품을 만들 때에 지니는 마음가짐이 제품 완성도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더라고요. 또한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서 작은 부속품이나 세부 마감과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작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커스터마이징 제작 주문이 들어오면 고객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요. 평소 생활 습관부터 좋아하는 컬러, 질감 등 개인이 선호하는 취향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요. 제작 방식에 있어서 맞춤 제작은 까다롭지만 받은 고객님이 선물을 받은 듯 좋아해 주시고 정성이 가득 담긴 문자를 보내주실 때 행복감을 느껴요. 또 고객님의 지인 분이 저희 브랜드 이야기를 들으시고 추가로 주문을 주실 때 뿌듯하더라고요. 자신의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을 추천한다는 것은 제가 만든 제품이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느껴져서 감사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걸리고 힘이 좀 들더라도 핸드메이드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 것 같아요.
‘LECORD’가 제작한 제주 4.3 인센스 홀더를 보면서 주제를 면밀히 탐구해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어요. 제품들을 제작할 때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나요?
내가 일상 속에서 경험한 특별하고 특별하지 않은 모든 것들과 주변 분들과의 깊은 대화가 주 영감이 되어 제품에 투영되는 것 같아요. 텀블벅 펀딩으로 진행한 제주 4.3 인센스 홀더를 만들 때, 제주 4.3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함께 펀딩을 진행한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주 4.3에 관련된 분들을 잊지 않고 기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방향성을 찾게 되었고, 제주 4.3 평화 공원을 방문해 둘러보다가 많은 구조물들 중에 향로가 순간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기념일이 아닌 일상에서도 기리는 마음을 이을 수 없을까란 생각을 기반으로 인센스 홀더라는 매개체를 찾게 됐어요. 제가 직접 현장에서 육감으로 경험하고 관련된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들이 바탕이 되어 제품 기획의 단초가 되는 것 같아요.
ⓒ 홍유경
텀블벅 프로젝트와 다양한 가죽 공예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LECORD’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LECORD’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자 하시나요?
제가 하고 싶은 유무형의 이야기를 가죽에 담아 표현하고자 해요. 제주 4.3 인센스 홀더는 도민으로서 4.3의 이야기를 제주 말가죽 제품으로 기록하고자 한 프로젝트였죠. 요즘은 ‘행운’이라는 단어를 말가죽 제품에 담아 이야기하고자 해요. 제주 말가죽은 예로부터 행운을 불러오고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저희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행운 부적’이라는 의미와 함께 지친 현대인들에게 애착 인형처럼 힘을 주는 제품으로 레코드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어요.
ⓒ 홍유경
커리어 웰니스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고 모티베이션을 주는 웰니스의 한 영역이에요. 유경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많은 의미가 있지만, 최근의 저에게 일이란 단순하게 나의 생각과 현재의 모습이 담기는 것이에요.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제가 안정되고 행복해야지 더 좋은 작업물이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1인 브랜드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번아웃이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작업물은 주로 어두운 컬러의 가죽으로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그때 과거에 취미로 가죽 공예를 배우던 제가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작업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잠을 못 이루곤 했었거든요. 색다른 취미 생활을 겸하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다시 초심을 상기시키게 되었어요. 저의 색이 온전히 투영되는 작업물을 진행할 때에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고자 해요. 그것이 오랫동안 제가 이 일을 사랑하고 지녀갈 수 있는 원동력이니깐요.
ⓒ 홍유경
건강하게 일을 하기 위해선 틈틈이 나다운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나의 일상을 채워주는 유경님만의 루틴이나 가장 좋아하는 휴식법이 궁금해요.
저의 일상을 채워주는 최고의 휴식법은 산책이에요. 한발씩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거친 밤공기가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또 계속 걷다 보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 같던 생각도 어느샌가 정리가 돼있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뇌가 멈춘다는 생각이 들면 산책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최근에 좋아하는 산책길은 탑동인데,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30분 정도 걷고 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피곤했던 하루가 노곤하게 잠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앞으로는 등산을 하며 제주의 오름을 하나씩 정복해 보려고요.
ⓒ 홍유경
2023년은 유경님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난 해였죠. 다양한 변화를 경험한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유경님만의 꿈(비전)이 궁금해요.
2023년은 제 인생에서 많은 변화가 있던 해였어요. 대학 졸업을 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창업을 하다 보니 충분히 쉬거나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었어요. 그래서 항상 쉼이 찾아올 때 하고 싶던 것들을 버킷리스트에 적어두곤 했는데, 이번에 그중 하나인 미국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다양한 지역을 다니면서 여러 인종과 그들의 문화를 만나보니 세상은 정말 넓고 내가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죽 공예 외에도 N잡을 꿈꾸게 된 기점이 되었어요. 현재는 여러 N잡을 위해 초석들을 다지고 있고 새로운 꿈들도 생겼어요. 앞으로 저의 비전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 더 큰 그릇을 가진 내가 되자’에요.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그 당연한 것을 현실로 직면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주의 가치를 알리는 천연 가죽 브랜드 레코드로 색다르고 재밌는 도전을 시도하면서 저만의, 그리고 우리의 세계를 더 넓혀가고 싶어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내 안의 나다움을 차곡 차곡 쌓아가는 유경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순간을 기록하고 함께 기억을 만들어가는 유경님만의 이야기가 담긴 앞으로의 레코드를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