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충만한 삶을 소중하게 즐겨요
웰 메이트 | 강보람
제주에서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커리어 웰니스 인터뷰,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비저너리 클럽을 통해 소개한 웰 메이트 보람님입니다.
패션 에디터로 6년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심한 무기력함과 매너리즘에 빠진 보람님은 일과 삶에 대한 스스로의 의미를 찾기 위해 퇴사를 한 뒤 제주를 찾았다고 해요.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나를 알아기 위해 찾았던 제주에서 자연 염색을 만나게 되면서 진짜 하고 싶은 나의 일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주의 자연 안에서 나만의 길을 쌓아가고 있는 보람님의 이야기를 확인해 보세요.
ⓒ 강보람 (@boram_kkk)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자연 염색 로컬 브랜드인 '씬오브제주'를 운영하는 강보람입니다. 청정한 제주의 풍경을 담은 자연 염색 의류로 '제주를 즐기고, 지키는' 문화를 전하고 있어요. 요즘은 정원에 핀 꽃과 나무 등을 통해 제주의 자연을 재료로 염색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클래스를 통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씬오브제주로 자연 염색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알리고 싶어요.
‘씬오브제주’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요.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노을 지는 하늘과 그 빛이 비치는 바다를 정말 좋아해요. 시시각각 변하는 색의 향연들이 꼭 자연 염색을 닮았어요.
하루도 같은 색이 없고,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오늘 밖에 없는 컬러와 순간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를 담아 ‘씬오브제주’로 이름 짓게 되었어요. 자연의 색으로 표현하는 제주의 풍경을 담고 싶었죠. |
자연 염색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이와 관련된 창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닌 지 6년 째 되었을 때, 심한 무기력감을 겪었어요. 오랫동안 원했던 꿈을 이뤘지만 결국엔 회사의 부속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매너리즘이 시작되었죠. 그때 저에게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어요. ‘일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을 나에게 건네며 고민을 안은 채 퇴사 후 제주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패션 잡지 에디터였기 때문인지 제주의 옷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어요. 하와이에는 하와이안 셔츠, 일본에는 유카타 등 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의류 기념품이 있는데 제주에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주 의류 기념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죠. 제가 그토록 묻고 했던 ‘왜’에 답이라는걸요.
옷이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것 말고, 청정한 제주를 담은 특별한 요소를 넣고 싶다고 생각하다 제주 전통의상인 갈옷을 보게 됐어요.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천연 염색이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죠. 이후 전국 방방곡곡 염색을 배우러 다녔어요. 제주는 물론이고 서울과 대구에서도 배우고, 결국엔 천연 염색 지도자 자격증도 따게 되었죠. 그렇게 전국을 다니며 염색뿐만 아니라 소재, 컬러, 디자인 등을 여러 가지로 테스트해 본 뒤 지금의 씬오브제주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 강보람 (@boram_kkk)
제주에서 어떤 삶을 꿈꾸고 있나요?
퇴사 후 제주에 왔을 때 심적으로 힘든 상태였는데 우연히 자연 염색을 배우게 되었어요. 자연을 만지는 느낌이 제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평온함과 안전감을 주는 자연 염색이 명상처럼 느껴졌어요. 그렇게 염색에 빠져드니 모든 제주의 자연이 놀이터더라고요. ‘이것도 염색이 되네 저것도 염색이 되네?’하면서 꽃, 나뭇잎, 식물 등으로 세계를 넓혀갔어요.
서울에서는 움추려들던 제가 제주에서는 피어나는 듯했죠. 서울은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곳이라면 제주에서는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었어요.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그렇게 나답게 살고 행동하니 이상하게 제주에 오고 나서는 좋은 인연을 만나고 좋은 기회를 얻게 되더라고요. 서울에서는 감히 못할 일도 제주에서는 용기가 났어요. 그렇게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현재는 제주 서쪽 끝에서 돌집을 구해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다른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신혼집을 장만하는 나이에 저는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고, 친구와 제주의 구옥에서 사는 선택들은 정형화되지 않은 나만의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떤 기류에 휩쓸리지 않고, 사회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들을 당연히 생각하지 않으며 저만의 기준과 본질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목표예요.
ⓒ 강보람 (@boram_kkk)
기성 의류 제품과 달리 자연 염색은 시간에 따라 색이 변화도 하고 염색을 할 때에 환경이 반영된 단 하나의 디자인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씬오브제주’를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자 하시나요?
패션 산업에서 나오는 폐수가 전체 세계 폐수의 20%를 차지해요. 합성 섬유를 생산하고 합성 염색을 하는 데서 유해 물질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답니다. 조사한 바로는 독성 물질이 약 72가지 정도 검출이 되는데, 이 유해 물질은 비단 옷에 남아서 인간에게 유해할 뿐만 아니라, 헹구는 과정에서 자연으로 흘러 들어가 지구도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되죠. 때문에 천연 섬유와 천연 염색을 입는 것은 나를 위한 일뿐만 아니라 지구 공동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진행되는 자연 염색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색이 옅어져요. 자연 염색 의류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 부분을 가장 우려했었는데, 막상 소비자 반응은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더 자연스러워진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마치 가죽을 길들이는 것처럼 나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우리만의 이야기가 생기는 것이 자연 염색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고 애뜻한 옷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연 염색으로 옷과 소품을 제작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씬오브제주를 선보이면서 겪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자연 염색 특성상 고된 일이 많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에요. 물을 계속해서 만진다는 것이 처음에는 수영을 하루 종일 한 것처럼 피곤하더라고요. 옷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염색이 다 되어서 펼쳐볼 때 놀라움과 기쁨에 고된 몸의 피로가 모두 씻겨내려가요. 전 아직도 제가 염색한 모든 옷이 하나하나 너무 예뻐서 다 제가 입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제가 진짜로 좋아서 하다 보니 사람들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커리어 웰니스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고 모티베이션을 주는 웰니스의 한 영역이에요. 보람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일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가장 이루고 싶나요?
일은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위해 나아가는 수련, 수행과 같다고 생각해요. 일은 이젠 제 삶이 되어버렸어요. 내 일이 되면 일하는 것이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억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고 모두 나의 의지 아래 진행이 되죠. 그래서 제게 일은 그냥 삶을 사는 것이에요.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과 욕심은 들지만 그 방향성이 외부에 있지 않아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숫자를 위해서가 아닌 진짜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서 일해요.
창업가로서 힘든 순간도 많을 텐데요. 번아웃이 오기 전 나다운 휴식을 적절하게 취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지친 마음과 몸을 위해 보람님은 어떤 활동을 주로 하나요? 나의 일상을 채워주는 보람님만의 루틴이나 가장 좋아하는 휴식법이 궁금해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추진력이 강해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수준의 투두 리스트를 잡고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일이 쌓여 계속 딜레이 되는 상황이 일어나곤 했죠. 그런 생활을 반복하니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를 탓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어요.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가 호되게 저를 혼낸 적이 있어요. 왜 너는 실행하지 못할 일을 계획하고 스스로 힘들어하냐고요.
그 이후로 저의 모토가 ‘여백이 있는 삶’이 되었어요. 이제는 퇴근 후 집에 오면 되도록 컴퓨터를 켜지 않고 책을 보거나 대화를 하려고 해요. 그렇게 얻은 인사이트로 다음날 몰입해서 일하면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면서 일할 때보다 효율이 좋아요.
그리고 반드시 지키는 것 한 가지는 운동이에요. 삶의 모든 순간에서 운동을 놓은 적이 없었어요. 운동은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엔돌핀이 돌 때 맑은 정신에서 나와의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죠. 무의식중에서 내가 고민했던 것에 대한 좋은 생각이 나와요. 무너진 마음과 건강을 지탱하게 해주는 것이죠.
ⓒ 강보람 (@boram_kkk)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보람님의 꿈(비전)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현재에 살자!’라는 말을 제게 해주고 싶어요. 지연님의 비전보드 수업을 듣고 10년 후 미래에 살고 싶은 삶을 생각해 봤어요. 지금의 일상이랑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렇다면 지금 이미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건데, 일상에서 그 감사함을 못 느낀 채 다음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반성이 되었어요. 앞으로는 ‘지금’ 살고 싶은 삶을 ‘이미’ 살고 있다는 충만함을 더 자주 느끼며 순간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비전은 자연 염색의 영 제너레이션을 펼치는 것이에요. 자연을 만지고 오감에 귀 기울이는 이 순수한 자연 염색의 과정이 디지털 시대의 너무 많은 정보와 경쟁에 지친 요즘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제품을 만들면서 확장하고 싶고 자연 염색이 좀 더 친근하고 대중적인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에 대한 물음을 통해 나만의 길을 쌓아가고 있는 보람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자연염색을 친근하게 재해석해 일상에 자연을 더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씬오브제주'로 나다운 성장을 하고 있는 보람님의 앞으로를 더욱 응원합니다.
현재의 충만한 삶을 소중하게 즐겨요
웰 메이트 | 강보람
패션 에디터로 6년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심한 무기력함과 매너리즘에 빠진 보람님은 일과 삶에 대한 스스로의 의미를 찾기 위해 퇴사를 한 뒤 제주를 찾았다고 해요.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나를 알아기 위해 찾았던 제주에서 자연 염색을 만나게 되면서 진짜 하고 싶은 나의 일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주의 자연 안에서 나만의 길을 쌓아가고 있는 보람님의 이야기를 확인해 보세요.
ⓒ 강보람 (@boram_kkk)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자연 염색 로컬 브랜드인 '씬오브제주'를 운영하는 강보람입니다. 청정한 제주의 풍경을 담은 자연 염색 의류로 '제주를 즐기고, 지키는' 문화를 전하고 있어요. 요즘은 정원에 핀 꽃과 나무 등을 통해 제주의 자연을 재료로 염색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클래스를 통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씬오브제주로 자연 염색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알리고 싶어요.
‘씬오브제주’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요.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노을 지는 하늘과 그 빛이 비치는 바다를 정말 좋아해요. 시시각각 변하는 색의 향연들이 꼭 자연 염색을 닮았어요.
하루도 같은 색이 없고,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오늘 밖에 없는 컬러와 순간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를 담아 ‘씬오브제주’로 이름 짓게 되었어요. 자연의 색으로 표현하는 제주의 풍경을 담고 싶었죠.
자연 염색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이와 관련된 창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닌 지 6년 째 되었을 때, 심한 무기력감을 겪었어요. 오랫동안 원했던 꿈을 이뤘지만 결국엔 회사의 부속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매너리즘이 시작되었죠. 그때 저에게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어요. ‘일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을 나에게 건네며 고민을 안은 채 퇴사 후 제주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패션 잡지 에디터였기 때문인지 제주의 옷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어요. 하와이에는 하와이안 셔츠, 일본에는 유카타 등 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의류 기념품이 있는데 제주에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주 의류 기념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죠. 제가 그토록 묻고 했던 ‘왜’에 답이라는걸요.
옷이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것 말고, 청정한 제주를 담은 특별한 요소를 넣고 싶다고 생각하다 제주 전통의상인 갈옷을 보게 됐어요.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천연 염색이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죠. 이후 전국 방방곡곡 염색을 배우러 다녔어요. 제주는 물론이고 서울과 대구에서도 배우고, 결국엔 천연 염색 지도자 자격증도 따게 되었죠. 그렇게 전국을 다니며 염색뿐만 아니라 소재, 컬러, 디자인 등을 여러 가지로 테스트해 본 뒤 지금의 씬오브제주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제주에서 어떤 삶을 꿈꾸고 있나요?
퇴사 후 제주에 왔을 때 심적으로 힘든 상태였는데 우연히 자연 염색을 배우게 되었어요. 자연을 만지는 느낌이 제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평온함과 안전감을 주는 자연 염색이 명상처럼 느껴졌어요. 그렇게 염색에 빠져드니 모든 제주의 자연이 놀이터더라고요. ‘이것도 염색이 되네 저것도 염색이 되네?’하면서 꽃, 나뭇잎, 식물 등으로 세계를 넓혀갔어요.
서울에서는 움추려들던 제가 제주에서는 피어나는 듯했죠. 서울은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곳이라면 제주에서는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었어요.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그렇게 나답게 살고 행동하니 이상하게 제주에 오고 나서는 좋은 인연을 만나고 좋은 기회를 얻게 되더라고요. 서울에서는 감히 못할 일도 제주에서는 용기가 났어요. 그렇게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현재는 제주 서쪽 끝에서 돌집을 구해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다른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신혼집을 장만하는 나이에 저는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고, 친구와 제주의 구옥에서 사는 선택들은 정형화되지 않은 나만의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떤 기류에 휩쓸리지 않고, 사회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들을 당연히 생각하지 않으며 저만의 기준과 본질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목표예요.
기성 의류 제품과 달리 자연 염색은 시간에 따라 색이 변화도 하고 염색을 할 때에 환경이 반영된 단 하나의 디자인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씬오브제주’를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자 하시나요?
패션 산업에서 나오는 폐수가 전체 세계 폐수의 20%를 차지해요. 합성 섬유를 생산하고 합성 염색을 하는 데서 유해 물질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답니다. 조사한 바로는 독성 물질이 약 72가지 정도 검출이 되는데, 이 유해 물질은 비단 옷에 남아서 인간에게 유해할 뿐만 아니라, 헹구는 과정에서 자연으로 흘러 들어가 지구도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되죠. 때문에 천연 섬유와 천연 염색을 입는 것은 나를 위한 일뿐만 아니라 지구 공동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진행되는 자연 염색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색이 옅어져요. 자연 염색 의류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 부분을 가장 우려했었는데, 막상 소비자 반응은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더 자연스러워진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마치 가죽을 길들이는 것처럼 나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우리만의 이야기가 생기는 것이 자연 염색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고 애뜻한 옷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연 염색으로 옷과 소품을 제작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씬오브제주를 선보이면서 겪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자연 염색 특성상 고된 일이 많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에요. 물을 계속해서 만진다는 것이 처음에는 수영을 하루 종일 한 것처럼 피곤하더라고요. 옷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염색이 다 되어서 펼쳐볼 때 놀라움과 기쁨에 고된 몸의 피로가 모두 씻겨내려가요. 전 아직도 제가 염색한 모든 옷이 하나하나 너무 예뻐서 다 제가 입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제가 진짜로 좋아서 하다 보니 사람들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커리어 웰니스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고 모티베이션을 주는 웰니스의 한 영역이에요. 보람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일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가장 이루고 싶나요?
일은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위해 나아가는 수련, 수행과 같다고 생각해요. 일은 이젠 제 삶이 되어버렸어요. 내 일이 되면 일하는 것이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억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고 모두 나의 의지 아래 진행이 되죠. 그래서 제게 일은 그냥 삶을 사는 것이에요.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과 욕심은 들지만 그 방향성이 외부에 있지 않아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숫자를 위해서가 아닌 진짜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서 일해요.
창업가로서 힘든 순간도 많을 텐데요. 번아웃이 오기 전 나다운 휴식을 적절하게 취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지친 마음과 몸을 위해 보람님은 어떤 활동을 주로 하나요? 나의 일상을 채워주는 보람님만의 루틴이나 가장 좋아하는 휴식법이 궁금해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추진력이 강해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수준의 투두 리스트를 잡고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일이 쌓여 계속 딜레이 되는 상황이 일어나곤 했죠. 그런 생활을 반복하니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를 탓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어요.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가 호되게 저를 혼낸 적이 있어요. 왜 너는 실행하지 못할 일을 계획하고 스스로 힘들어하냐고요.
그 이후로 저의 모토가 ‘여백이 있는 삶’이 되었어요. 이제는 퇴근 후 집에 오면 되도록 컴퓨터를 켜지 않고 책을 보거나 대화를 하려고 해요. 그렇게 얻은 인사이트로 다음날 몰입해서 일하면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면서 일할 때보다 효율이 좋아요.
그리고 반드시 지키는 것 한 가지는 운동이에요. 삶의 모든 순간에서 운동을 놓은 적이 없었어요. 운동은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엔돌핀이 돌 때 맑은 정신에서 나와의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죠. 무의식중에서 내가 고민했던 것에 대한 좋은 생각이 나와요. 무너진 마음과 건강을 지탱하게 해주는 것이죠.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보람님의 꿈(비전)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현재에 살자!’라는 말을 제게 해주고 싶어요. 지연님의 비전보드 수업을 듣고 10년 후 미래에 살고 싶은 삶을 생각해 봤어요. 지금의 일상이랑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렇다면 지금 이미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건데, 일상에서 그 감사함을 못 느낀 채 다음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반성이 되었어요. 앞으로는 ‘지금’ 살고 싶은 삶을 ‘이미’ 살고 있다는 충만함을 더 자주 느끼며 순간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비전은 자연 염색의 영 제너레이션을 펼치는 것이에요. 자연을 만지고 오감에 귀 기울이는 이 순수한 자연 염색의 과정이 디지털 시대의 너무 많은 정보와 경쟁에 지친 요즘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제품을 만들면서 확장하고 싶고 자연 염색이 좀 더 친근하고 대중적인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에 대한 물음을 통해 나만의 길을 쌓아가고 있는 보람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자연염색을 친근하게 재해석해 일상에 자연을 더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씬오브제주'로 나다운 성장을 하고 있는 보람님의 앞으로를 더욱 응원합니다.